법정 증거 DOCKET № — 2026/CR

치아 자국 분석 — 2016년 PCAST가 "junk science"로 분류한 40년의 법의학 기법

치아 자국 분석 — 2016년 PCAST가 "junk science"로 분류한 40년의 법의학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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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자국이라는 증거

1970년대부터 미국 형사 재판에서 한 가지 증거 방법이 자주 사용됐다. 치아 자국 분석(bitemark analysis). “가해자가 남긴 치아 자국이 용의자의 치열과 일치한다”는 전문가 증언.

이 기법이 30년 가까이 수많은 유죄 판결의 핵심 증거였지만, 2016년 백악관 산하 과학 위원회가 한 가지 결론을 발표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미 25명이 이 기법으로 잘못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 중 한 명 키스 하워드는 33년을 복역한 후 같은 해 무죄가 입증됐다.

이 글은 한 “법의학 기법”이 어떻게 “junk science”로 분류됐는지의 40년 시간선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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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처음 인정된 법정

치아 자국이 미국 법정에서 처음 증거로 인정된 것은 1974년 캘리포니아 People v. Marx 사건 이었다. 이후 약 40년 동안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비슷한 증거 방법이 사용됐다.

이론은 단순했다.

  1. 사람의 치열은 지문처럼 개인마다 다르다
  2. 피부에 남은 치아 자국으로 가해자를 식별할 수 있다

이 두 전제는 “직관적으로 그럴 듯”했고,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두 전제는 한 번도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받지 않았다. 표준화된 측정 절차도, 정확도 통계도, 외부 검증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1980-90년대 미국 법정에서 치아 자국 분석은 “확실한 과학”으로 인식됐다. 법의학 치과의(forensic odontologist)들이 “이것은 100% 일치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증언했고, 배심원들은 그것을 믿었다.

PCAST라는 위원회

PCAST는 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 의 줄임말로, 미국 대통령이 과학 정책 자문을 받는 위원회다. 1957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처음 설립했고,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이 운영했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PCAST에 한 가지 임무를 맡겼다. “형사 법정에서 사용되는 법의학 기법들이 정말 과학인지 검증하라.” 이 임무의 배경은 2009년 미국 국립과학원(NAS)이 발표한 보고서였다. NAS 보고서는 “법의학 기법 중 다수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 평가는 후속 작업으로 미뤘다.

PCAST는 그 후속 작업을 맡았다. 위원회에는 미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 통계학자, 법학자가 참여했다. 위원장은 에릭 랜더(Eric Lander) MIT 교수,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핵심 과학자였다. 약 1년의 검토 끝에 보고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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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보고서의 3가지 결론

2016년 9월 발표된 PCAST 보고서 “Forensic Science in Criminal Courts”는 치아 자국 분석에 대해 3가지 결정적 결론을 내렸다.

전제 1: 사람의 앞니 패턴이 개인마다 정말 유일하다는 증거가 없다.

지문은 개인별 유일성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약 640억 분의 1 확률). 그러나 치열의 개인별 유일성은 한 번도 같은 수준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치과의들이 그렇게 믿어왔다”는 정도였지, 데이터로 입증된 것이 아니었다.

전제 2: 그 패턴이 사람 피부에 일관되게 전달된다는 증거가 없다.

사람 피부는 탄성이 있어, 같은 치열이라도 압력 각도, 시간, 피부 상태에 따라 매우 다른 자국을 남긴다. 즉 “치아 자국”이 “치열의 정확한 복사본”이 아니라 “왜곡된 그림자”에 가깝다.

전제 3: 패턴 분석으로 개인을 정확히 식별 또는 배제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

실험적으로 같은 치아 자국을 여러 전문가에게 보여주면 의견이 크게 갈렸다. 한 전문가가 “A 용의자의 자국”이라고 한 것을 다른 전문가는 “B 용의자” 또는 “누구도 아님”이라고 판단했다.

즉 이 기법의 핵심 전제 3가지가 모두 과학적 근거 부족이라는 결론이었다. PCAST는 “치아 자국 분석은 foundational validity(기초 타당성)를 갖추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25명의 잘못된 유죄

PCAST 보고서 발표 시점까지 이노센스 프로젝트가 식별한 “치아 자국 분석으로 잘못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25건 이었다.

이 중 다수가 후일 DNA 검사로 무죄가 입증됐다. 일부는 사형수 또는 종신형 수감자였다. 25건은 “발견된 사례”만 카운트한 것이고, 발견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학자는 “수백 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잘못된 유죄를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발견되지 않은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

  1. DNA 보존 부재: 1970-80년대 사건은 DNA 검사 가능한 증거가 보존되지 않은 경우가 많음
  2. 무죄 입증 절차 어려움: 무죄 입증을 위해서는 변호인, 법정 절차, 비용이 필요한데 가난한 수감자는 접근 어려움
  3. 이미 사형 집행됨: 일부 의심 사례는 이미 사형 집행 후라 사후 검증이 의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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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하워드 33년

가장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가 키스 앨런 하워드(Keith Allan Harward) 다.

1982년 9월 14일,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에서 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여성이 강간당했고, 그녀의 남편이 살해됐다. 피해자에게 남은 한 가지 결정적 증거는 치아 자국이었다.

경찰은 인근 미 해군 함정에 근무하는 수병들을 용의자로 좁혔다. 키스 하워드는 그 중 한 명이었다. 6명의 법의학 치과의가 차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피해자에게 남은 치아 자국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하워드의 치열과 일치합니다.”

6명의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기에 배심원은 하워드의 유죄를 확신했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1982년부터 33년을 복역했다.

2016년 4월 27일, 버지니아 대법원이 그의 무죄를 공식 인정했다. 그 사이 DNA 검사로 진범이 따로 식별됐다. 진범은 같은 해군 함정의 다른 수병이었고, 이미 다른 사건으로 옥중 사망한 상태였다.

하워드는 출소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6명의 ‘전문가’가 모두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증언했을 것이고, 그 사건들의 진실은 영영 모를 것입니다.”

NIST의 추가 검증

PCAST 보고서 이후, 미국 표준기술연구소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가 별도 검증을 진행했다. NIST는 미국 정부의 공식 표준 평가 기관이다.

2022년 NIST의 결론도 같았다. “치아 자국 분석은 충분한 과학적 기반이 부족하다.”

NIST는 PCAST와 달리 정부 공식 기관의 기술 표준 평가 기관이기에, 이 결론은 더 무거웠다. 또한 NIST는 한 단계 더 나갔다.

“이 분야를 과학적으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낮다.”

즉 “고치면 쓸 수 있다”가 아니라 “아예 다시 만들어야 한다” 는 입장이었다. 기존 치아 자국 분석 자체에 결정적 결함이 있어, 부분 보완으로는 과학적 신뢰도를 갖추기 어렵다는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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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의 반응

PCAST와 NIST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원의 반응은 느렸다.

일부 주는 치아 자국 증거 사용을 즉시 제한했지만, 다른 주는 여전히 사용 중이다. 텍사스주는 2020년 “치아 자국 분석은 법정에서 가중치 낮은 증거로만 사용 가능”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완전 금지는 아니었다. 캘리포니아도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사건에서 사용 가능하다.

즉 PCAST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법정에서 치아 자국 분석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느린가?

  1. 법원의 보수성: 한 번 인정된 증거 방법을 거부하려면 명확한 절차가 필요한데, 그 절차가 느림
  2. 법의학 치과의 협회의 저항: 자기 직업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학회들이 PCAST 결론을 반박
  3. 유죄 재검토 부담: 치아 자국으로 유죄가 확정된 기존 사건들을 모두 재검토하면 사법 시스템 부담 큼

junk science의 일반화

치아 자국 분석은 “junk science”의 대표 사례가 됐다. 그러나 PCAST 보고서는 치아 자국만 비판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다음 기법들도 평가했다.

과학적으로 견고한 (foundational validity 통과):

  • 핵 DNA 분석 (single source samples)
  • 미토콘드리아 DNA (제한적 용도)
  • 일부 화학 분석 (예: 마약 성분 분석)

부분적으로만 견고한:

  • 핵 DNA 분석 (mixture samples)
  • 일부 지문 분석 (높은 품질 지문)

과학적 근거 부족:

  • 치아 자국 분석
  • 모발 분석 (현미경 비교)
  • 신발 자국 분석
  • 도구 자국 분석 (firearm tool marks의 일부)
  • 방화 패턴 분석 (일부)

이는 미국 형사 법의학 전체의 근본적 재평가 출발점이었다. PCAST 이후 미국 사법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사용된 법의학 기법 중 다수가 과학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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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증언이라는 형식

40년의 사용, 25명의 잘못된 유죄, 33년의 키스 하워드. 치아 자국 분석은 한 가지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법정에서 ‘전문가 증언’이라는 형식을 갖춰도, 그 안에 과학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의견일 뿐” 이라는 것.

법정에서 전문가가 증언할 때, 우리는 보통 그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전문성이 어떤 과학적 기반 위에 서 있는지는 종종 확인되지 않는다. 치아 자국 분석의 경우, 6명의 “전문가”가 한 사람을 33년 동안 감옥에 보냈는데, 그 6명 모두의 전문성이 사실은 “과학적 기반이 없는 의견”이었다.

이는 치아 자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모발 분석, 신발 자국, 도구 자국 등 여러 기법이 비슷한 위치에 있다. 다음에 “법의학 전문가가 증언했다”는 뉴스를 마주칠 때, 그 전문성이 어떤 과학적 기반 위에 서 있는지 한 번 떠올려 보면 좋겠다. PCAST 보고서가 우리에게 남긴 진짜 교훈은 “법의학을 의심하라”가 아니라 “과학과 의견을 구분하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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